포칼 유토피아 EVO 시리즈 스피커의 음색?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하이파이 오디오는 음색 이전에 고충실 재생이 먼저

2019.06.17

하이파이 오디오 스피커를 평가할 때 보통 어떤 표현들을 쓰시나요?

아마 제대로 된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처음 접하시거나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은 가장 먼저 "음색"을 먼저 떠올리실 것입니다. 음색, 소리의 색깔은 시각에서 느끼는 색깔과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지요. 밝다, 어둡다, 진하다, 연하다 등등...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인 포칼(FOCAL)의 최상위급 라인업인 유토피아 EVO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지 음색 특성은 "밝다"는 것입니다.

밝고 화사하며 해상력이 좋고 빠르다. 사실 말은 쉽지만 오디오를 만들고 튜닝할 때 이 특성을 고스란히 살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음색이 밝다는 것은 지나치면 소란스럽고 시끄럽다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하니까요.

유토피아 EVO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밝은 음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니, 포칼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스피커 음색이 밝다고 알려져 있지요. 이제는 단종되었지만 과거 중가 스피커 시장에서 실력발휘를 제법 했었던 포칼의 일렉트라 시리즈부터 현재의 플래그쉽 라인업인 유토피아 EVO까지도 이 특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란스럽다, 시끄럽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일렉트라 시리즈와 유토피아와는 엄연한 클래스 차이와 격 차이가 있습니다.

재생음을 적극적으로 튜닝하고 다듬어서 인간의 귀에서 느끼는 밸런스를 심도 있게 조율한 것이 유토피아 급 이상의 포칼 스피커이죠. 그리고 음원 재생에 있어서 보다 원음에 근접한(음질 열화나 간섭 없이) 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히 유토피아 이상부터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요. 등급부터 가격까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스피커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많은 부품을 쓰고 보다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에 보다 고가의 고품질 스피커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스피커에서는 구성 부품의 수도 적기에 단순히 부품의 물량투입만 가지고 스피커의 등급을 나눌 상황은 아니지요. 결과물인 소리가 어느정도 다듬어져 있고 충실하게 소리를 전달하느냐... 기술과 정성이 판가름합니다.

포칼 디아블로 유토피아 EVO 북셀프를 예로 들어봅니다.

이 스피커는 트위터 쪽에 직결로 붙어있는 저항이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보통 네트워크 크로스오버에서 미드/우퍼와 트위터와의 음압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트위터에 직결 저항을 붙이기 마련입니다. 가장 확실하고 간편한 방법이지요. 하지만 저항은 말 그대로 "저항"입니다. 음압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정보량, 해상력을 낮추기도 하고 음 신호의 위상을 비틀어버리기도 하지요.

그럼 트위터에 저항 하나 연결 안하고 어떻게 음압과 미드/우퍼와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을까요?

포칼에서는 드라이버 유닛에서 그 역할을 상당 부분 이루어냅니다. 트위터의 정보량을 감쇄하지 않더라도 적절한 슬로프(드라이버 유닛의 담당 음 영역 범위를 표현하는 단위)를 유닛 차원에서 만들어내는 것이죠. 애초에 크로스오버라는 것이 의도치 않은 드라이버 유닛 특성을 다스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애초에 드라이버 유닛이 제작자의 의도에 부합한다면 굳이 필요하진 않은 것입니다.

포칼의 하급 라인업인 일렉트라, 아리아, 칸타, 그리고 그 위의 소프라와 아예 최상급인 유토피아... 모두 같은 베릴륨 트위터와 W샌드위치 콘 우퍼를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베릴륨 트위터만 하더라도 포칼 본사에서 생산되는 등급이 다양하며 W샌드위치 콘은 그 적층 갯수와 튜닝 포인트가 모두 다 다릅니다. 애초에 드라이버 유닛 제조 브랜드인 포칼이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네트워크 크로스오버를 조금이라도 덜 거치게 만드는 것은 드라이버 유닛의 등급과 튜닝입니다.

즉, 타 브랜드에서 사운드 튜닝을 할 때 네트워크 크로스오버에 의존하는 정도가 100이라면 포칼에서는 20도 채 안되는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에 완벽한 풀레인지 유닛이 존재한다면(음 대역폭이 확보되는)지금의 네트워크 크로스오버는 존재하지도 않았겠지요.

유토피아 EVO의 음색은 밝은 것이 아니라 "정확"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애초의 정보량과 해상력을 살짝 가린다고 소리가 정갈/차분해지는 것이 아니며 있는 그대로 소리를 뿜어낸다고 해상력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청취자의 귀에서 느껴지는 밸런스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유토피아 EVO의 음색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매칭 앰프와 소스기기, 심지어 케이블링의 변화도 디테일하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질감이 우수하고 착색이 제법 있는 싱글 진공관 파워앰프와 유토피아 EVO시리즈 스피커를 매칭한다면 이 스피커 사운드가 밝기만 하다는 말은 전혀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와인오디오 시청회에서 종종 소개하는 포칼 골드문트 조합, 정확히는 유토피아 EVO 스피커와 골드문트의 METIS 7 혹은 TELOS 590 인티앰프 조합애서는 심지어 본 음색이 어둡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포칼이 애초에 밝다고 알려진 스피커이니 그렇다면 골드문트 앰프의 성향이 어두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죠.

포칼은, 유토피아 EVO 스피커들은 이렇듯 메인 시스템의 특성을 고스란히 고충실도로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커 차원에서의 음색적 밸런스를 균일하고 조화롭게 유지하는 능력, 그리고 같은 볼륨에서 경쟁기와 비교하더라도 보다 폭넓고 깊게 느껴지는 음장의 넓이와 깊이는 이 브랜드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실제로 포칼을 크게 나누어 음장형 스피커로 정의하는 분들도 제법 있습니다.

착색이 없지만 질감이 없는 것은 아니며,

스테이징이 넓게 느껴지지만 깊이감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해상력과 정보량이 뛰어나지만 밝기만 한 음색도 아니며

빠르고 정확한 저음이지만 밀도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마치 말 장난과도 같은 이러한 충실도 특성,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것들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봤음직한 포칼이라는 이름, 그리고 유토피아 EVO라는 스피커들은 이러한 기본기를 말 그대로 "기본"으로 하는 제품들입니다. 비싼 가격표상의 돈 값을 충분히 하지만, 지금은 그 가격표조차도 의미없는 싼 가격에 장만할 수 있으니...

포칼은, 유토피아는 음색이 맘에 안 든다는 말은 굳이 표현하자면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양한 매칭과 청자의 정성어린 튜닝이 가미된 유토피아 스피커는 호불호의 영역을 넘어선 레퍼런스라고 감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에 물려 들어보는 스칼라 유토피아 EVO의 소리를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골드문트 모노블록 분리형 앰프로 타이트하게 드라이빙하는 스칼라 유토피아 EVO는요?

이 두 경우 모두 같은 스피커이지만 완전히 다른 소리와 매력을 보여줍니다. 같은 브랜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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